기억도 희미해진 어느 날, 그는 다시 돌아오리라는 약속만 남긴 채 훌쩍 자취를 감추었다.
홀로 남아 기다리는 시간은 참으로 더뎠다.
지금 쯤 이면 돌아오고 있을까, 내일이면 돌아오지 않을까.

셀 수 조차 없는 기다림의 횟수 속에 그녀가 가졌던 찬란한 생명의 불씨가 사그라들었다.
마지막으로 본 풍경은 언제나와 같이 굳게 닫혀있는 문.

너의 목소리는 더 이상 내게 닿지 않는다.

한 글자 제목 - 멀 遠

거리도 멀고, 세월도 멀고 모든게 멀구나.
... 핫챠! 5월 말에 친 모의고사가 생각나네..... ^ ^
내 실력이 내 목표와 이렇게 멀리 없잖아!! 더러운 현실아!!! 라며 한게 엊그제 같은데.
흠, 역시 난 전공 머리만 있나보오.
전공점수가 오르면 뭐하나요. 교육학은 여전히 똥망이요. 글자만 봐도 졸음이 쏟아지네? 'ㅅ'-3
오랫동안 비어있던 옆 집이 분주했다.
그리 크지 않은 이사 트럭 뒤에는 간소한 짐들만이 있었다.
가장 오래된 기억 속에서도 이웃집은 어두웠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 그렇게 뇌리에 박혀있었다.

어떤 사람이 오는거지, 라는 생각에 창밖으로 고개를 빠끔 내밀었다.

"어?"
큰 소리도 아니었건만 목소리가 닿았는지 밑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인영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소화하기도 힘든 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사람이었다.
시선을 완전히 빼앗겨 버렸다. 무의식중에도 시선은 그를 따라가고 있다.
트럭이 떠나고, 남자가 집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서야 시선이 떨어졌다.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바람이 그제야 느껴졌다. 몸이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후아- 춥다. 코코아라도 타 먹어야지."
창문을 닫으며 생각해보니 굉장히 부끄러운 짓을 해버렸다.
의자에 놓인 담요로 몸을 칭칭 감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초인종소리가 들려왔다.

현관을 빼꼼 내다 보니 문을 연 엄마의 뒤로 낯익지만 낮선 얼굴이 보였다.
방긋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온다.
당황스러움에 내려왔던 계단으로 뛰어올라가버렸다.

두근 두근 두근-
들렸을까?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소리. 방문을 걸어 잠그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루야, 옆집에서 왔는데 나와보렴."
똑똑- 하는 노크소리와 함께 엄마의 목소리가 바로 앞 에서 들려왔다.
"으응, 자...잠깐만 기다려요!"

숨을 크게 내 쉬고 문을 열고 나가려는 찰나, 방 앞에 멀뚱하게 서있는 은빛 머리의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쾅-

뭐야? 뭐야? 방금 뭐야?
다시 한번 문을 열었다가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았다.
다시 문고리를 돌리는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조금 화가난 표정의 아이. 그제야 문전박대를 한 사실이 생각이 나버렸다.
"죄송합니다."

내 말에 아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얼굴에 의문을 띄우고 있던 그 때 모습이 보이지 않던 엄마가 쟁반에 과일이 담긴 접시와 쥬스가 담긴 컵을 들고 나타났다.

"어머? 왜 아직 안 들어가고 있었니? 우리 하루랑은 어떻게 알게 된 사이니? 밖에선 어때?"
쉴새없이 아이에게 질문을 퍼붓는 어머님.
아.. 어머니.. 왜 저에게 이련 시련을... 이 아니라 나랑 아는 사이라니? 언제부터?

고개를 휙 돌려 아이를 바라보자 내 눈을 피하며 대답을 회피하고 있었다.

"그럼 재밌게 놀다가렴."

아, 어머니. 어머니는 진정으로 하나밖에 없는 딸을 생전보는 처음 사람이랑 둘이 있으라고 하고 나가시는 건가요? 신이시여,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앞으로는 동생 간식 안 뺏아먹을께요. 그러니까 이제 이런 시련은 그만 둬 주세요.
엄마에 대한 원망은 어느새 하늘을 원망하는 것으로 그 방향을 달리하고 있었다.

"야."
반쯤 빠져있던 정신이 '야'라는 한 마디에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초면에 다짜고짜 반말이다.
"왜? 왜..요? 너 왜 반말이야..요."
사람을 위축되게 하는 데 뭐라도 있는지 눈 앞의 아이는 당당한 모습으로 날 내려다 봤다.

"너 나 알아? 왜 쳐다봤어?"
직구다. 처음으로 듣는 제대로 된 문장은 직설적으로 아까 내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닥달하고 있었다.

"……."
침묵으로 대답을 지켰다.

"내 이름은 세인이다. 잘 부탁해."
갑작스러운 상냥한 말에 고개를 들어 멍한 눈으로 세인을 바라봤다.

"그냥 처음 본 녀석이 날 뚫어져라 쳐다보길래 궁금해서 와봤어. 다른 건 없어. 그리고 이웃이랑 사이가 좋아져서 나쁠건 없으니까.."
"으, 으응."

얼빵한 대답에 세인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 * *

"야, 세인아."
게임에 집중하고 있던 세인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너 왜 이사 온 첫 날 우리집에 왔었잖아? 그런거 집으로 안 와도 나중에 물어봐도 됐잖아?"

"혼자 놀면 심심하잖아. 그나저나 이번엔 뭐 걸고 할래? 너 이제 걸 것도 없잖아?"

아..  그래 너 그런 녀셕이었죠. 다시 게임기를 잡으며 보스전을 시작하는 우리들.
한 글자 제목 - 이웃 隣

야호! 신난다! 예상과는 달리 하나 쓸 때마다 길이가 길어지는 것 같은 건 착각인가. 하하. 하하하..
이대로 가다간 단편을 넘어 중편까지 나올 기세?!

여기서 제대로 쓴 글은 몇 개 없긴 하지만, 주인공 이름을 언급한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래봐야 기존에 썼던 녀석들 이름 좀 빌려온 거긴 하지만... ^.^)
그러고 보니 나 1년 넘도록 연재중단하고 있는 글이 있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완전 까먹고 있었어. 그거 쓸 자료 모으느라 꽤 힘들었었는데......
머릿속에서는 하얗게 타버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새해가 밝았다. 연말과 새해가 겹치는 12월 31일 늦은 밤.
추운 날씨에 거리는 텅 비고 삼삼오오 짝을 이룬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는 식당 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낮 처럼 실내는 환했다.

여기저기서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웃고 떠드는 분위기가 한창이다.

그 때 한 테이블로 쭈뼛쭈뼛 다가오는 여자.
붉어진 얼굴과는 달리 여자에게서는 알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시선을 느낀 여자가 수저가 들어간 소주병을 내밀며 크게 말한다.

"새해를 맞이한 기분은 어떤가요?"

여자의 일행이 있는 테이블에서 시작된 웃음은 그리 넓지 않는 식당에 울려퍼졌다.
모든 시선이 이 곳으로 쏠려있다.

"나쁘진 않네요."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건 조금 더 먼 이야기.

한 글자 제목 첫 시작!

야호! 글자수 제한의 단문묘사 40제에서 벗어났구나!
그래도 길게 쓰면 수습이 안 되니까 더 이상 스토리 전개는 여기서 사절.
(깊게 들어가지 않는 초 단편이 딱인 것 같다!!)

국내에서는 참 찾기 힘든. 제목들.. T_T
창작 제목을 만들기에는 비루한 창작력ㅋ.

아직 많이 비루하지만 처음 썼던 글 보다는 제법 안정된 글쓰기인 것 같다.
하드에 저장된 한글 파일들을 볼 때마다 오글거리는 손발.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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