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비어있던 옆 집이 분주했다.
그리 크지 않은 이사 트럭 뒤에는 간소한 짐들만이 있었다.
가장 오래된 기억 속에서도 이웃집은 어두웠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 그렇게 뇌리에 박혀있었다.
어떤 사람이 오는거지, 라는 생각에 창밖으로 고개를 빠끔 내밀었다.
"어?"
큰 소리도 아니었건만 목소리가 닿았는지 밑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인영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소화하기도 힘든 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사람이었다.
시선을 완전히 빼앗겨 버렸다. 무의식중에도 시선은 그를 따라가고 있다.
트럭이 떠나고, 남자가 집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서야 시선이 떨어졌다.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바람이 그제야 느껴졌다. 몸이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후아- 춥다. 코코아라도 타 먹어야지."
창문을 닫으며 생각해보니 굉장히 부끄러운 짓을 해버렸다.
의자에 놓인 담요로 몸을 칭칭 감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초인종소리가 들려왔다.
현관을 빼꼼 내다 보니 문을 연 엄마의 뒤로 낯익지만 낮선 얼굴이 보였다.
방긋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온다.
당황스러움에 내려왔던 계단으로 뛰어올라가버렸다.
두근 두근 두근-
들렸을까?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소리. 방문을 걸어 잠그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루야, 옆집에서 왔는데 나와보렴."
똑똑- 하는 노크소리와 함께 엄마의 목소리가 바로 앞 에서 들려왔다.
"으응, 자...잠깐만 기다려요!"
숨을 크게 내 쉬고 문을 열고 나가려는 찰나, 방 앞에 멀뚱하게 서있는 은빛 머리의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쾅-
뭐야? 뭐야? 방금 뭐야?
다시 한번 문을 열었다가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았다.
다시 문고리를 돌리는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조금 화가난 표정의 아이. 그제야 문전박대를 한 사실이 생각이 나버렸다.
"죄송합니다."
내 말에 아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얼굴에 의문을 띄우고 있던 그 때 모습이 보이지 않던 엄마가 쟁반에 과일이 담긴 접시와 쥬스가 담긴 컵을 들고 나타났다.
"어머? 왜 아직 안 들어가고 있었니? 우리 하루랑은 어떻게 알게 된 사이니? 밖에선 어때?"
쉴새없이 아이에게 질문을 퍼붓는 어머님.
아.. 어머니.. 왜 저에게 이련 시련을... 이 아니라 나랑 아는 사이라니? 언제부터?
고개를 휙 돌려 아이를 바라보자 내 눈을 피하며 대답을 회피하고 있었다.
"그럼 재밌게 놀다가렴."
아, 어머니. 어머니는 진정으로 하나밖에 없는 딸을 생전보는 처음 사람이랑 둘이 있으라고 하고 나가시는 건가요? 신이시여,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앞으로는 동생 간식 안 뺏아먹을께요. 그러니까 이제 이런 시련은 그만 둬 주세요.
엄마에 대한 원망은 어느새 하늘을 원망하는 것으로 그 방향을 달리하고 있었다.
"야."
반쯤 빠져있던 정신이 '야'라는 한 마디에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초면에 다짜고짜 반말이다.
"왜? 왜..요? 너 왜 반말이야..요."
사람을 위축되게 하는 데 뭐라도 있는지 눈 앞의 아이는 당당한 모습으로 날 내려다 봤다.
"너 나 알아? 왜 쳐다봤어?"
직구다. 처음으로 듣는 제대로 된 문장은 직설적으로 아까 내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닥달하고 있었다.
"……."
침묵으로 대답을 지켰다.
"내 이름은 세인이다. 잘 부탁해."
갑작스러운 상냥한 말에 고개를 들어 멍한 눈으로 세인을 바라봤다.
"그냥 처음 본 녀석이 날 뚫어져라 쳐다보길래 궁금해서 와봤어. 다른 건 없어. 그리고 이웃이랑 사이가 좋아져서 나쁠건 없으니까.."
"으, 으응."
얼빵한 대답에 세인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 * *
"야, 세인아."
게임에 집중하고 있던 세인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너 왜 이사 온 첫 날 우리집에 왔었잖아? 그런거 집으로 안 와도 나중에 물어봐도 됐잖아?"
"혼자 놀면 심심하잖아. 그나저나 이번엔 뭐 걸고 할래? 너 이제 걸 것도 없잖아?"
아.. 그래 너 그런 녀셕이었죠. 다시 게임기를 잡으며 보스전을 시작하는 우리들.
한 글자 제목 - 이웃 隣
야호! 신난다! 예상과는 달리 하나 쓸 때마다 길이가 길어지는 것 같은 건 착각인가. 하하. 하하하..
이대로 가다간 단편을 넘어 중편까지 나올 기세?!
여기서 제대로 쓴 글은 몇 개 없긴 하지만, 주인공 이름을 언급한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래봐야 기존에 썼던 녀석들 이름 좀 빌려온 거긴 하지만... ^.^)
그러고 보니 나 1년 넘도록 연재중단하고 있는 글이 있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완전 까먹고 있었어. 그거 쓸 자료 모으느라 꽤 힘들었었는데......
머릿속에서는 하얗게 타버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