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뼛거리며 그녀의 앞에 앉았다.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지요?"

빙긋 웃으며 그녀는 보석처럼 투명한 붉은색의 차를 컵에 따라 나에게로 밀었다.
"차(茶)라는 것은 말이죠, 향과 맛으로 한 번씩 색다른 맛을 두 번 음미할 수 있답니다."
컵을 조심스레 들어 향을 맡아보았다. 은은하게 퍼지는 석류의 향에 눈을 감았다.
여태 몰랐던 바람의 소리와 풍경의 소리가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고, 산들거리는 바람이 땀에 젖어있던 이마를 두드렸다. 풋- 하는 웃음소리에 눈을 뜨자 그녀가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식기 전에 마셔요."
차를 한 모금 넘기자 코를 자극하던 향과는 또 다른 향이 입안 가득 맴돌았다.
구닥다리같은 전통이라고만 생각했던 차가 이렇게 좋은 것이었던가.

찻잔을 비우자, 그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름다웠던 과거를 회상하는 그녀는 참으로 행복해보였다. 나도 이렇게 행복한 일생을 살 수 있을까.
그녀의 긴 이야기가 끝났을 무렵 하늘엔 붉은 노을이 내려앉고 있었다.

"젊은 아가씨가 나이 먹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거 힘들었을 텐데 수고했어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하자 그녀는 품 속에서 작은 봉투를 꺼내어 나의 두 손에 안겨주었다.

"어린 잎이랍니다. 아가씨와 닮았지요. 색도, 향도, 맛도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좋을 순간이지요."

그녀의 배웅을 뒤 로 한 채 나는 버스에 올랐다.
한 글자 제목 - 이야기 話

으익!!! 난 이야기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건 어디로 가고 있다냐!!
으헝!! 2차에 대비해 글 쓰는 연습을 하라는 걸 빙자해 오늘도 부끄러운 글을 연성한다.ㅋ
그 날의 시작은 보통날과 다르지 않았다. 전혀 새로울 것도 달라질 것도 없었던 그저 평범한 일상.
한 가지 다른게 있었다면 그래. 아침밥을 먹지 못햇다는 것.
아침밥을 먹고 출근을 했더라면, 5분만 빨리 나오거나 늦게 나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난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걸까? 눈 앞에서 푸르딘 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건 무슨 상황이라냐?"

몸을 일으키려고 했도 내 몸이 아닌 듯 꼼짝도 하지 않는다.
안간힘을 써서 겨우 일어나는 것에 성공했더니 또 눈 앞에 펼쳐진 이 상황은 무엇인가.

내 몸이 분명한 사람이 멍청하게 누워있고, 그 위로 처음보는 사람 하나가 엎어져 있었다.

"아, 이러니까 못 일어났지.."
말을 하고나니 이해할 수 없는 지금 상황이 머릿속에 차근차근 정리되기 시작했다.
나는 저기 누워있는데, 지금 나는 왜 여기에 서 있는 것이며 이제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날 쳐다보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남의 몸에서 내려올 생각은 않고, 날 보고 피식 웃는 모습이 불쾌했다.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며 따지고 싶었지만, 지금 나는 제 삼자가 본다면 '으악! 유령이다!!' 하고 당장이라도 퇴치사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야아, 이건 미안하게 됐네요."
느긋하게 말하는 모습에 화가나서 빽 소리를 질렀다.
"야 이사람아! 지금 이게 미안하다고 될 일이야?! 어떻게 책임질거야?"

책임이라는 말에 눈을 마주치는 것을 회피하는 남자.
"내 인생은 끝이야. 끝장났다고!"
머리를 부여잡고 절망하고 있는데 커다란 손이 정수리를 잡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기도 전에 몸이 들린다는 느낌과 함께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내 얼굴.
찌릿찌릿한 느낌에 눈을 뜨니 남자가 눈 앞에 손을 휘휘 젓고 있었다.

"괜찮습니까? 살아있습니까?"
머리에서 종이라고 울린 듯 정신을 추스리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무슨 꿈을 꾼 것 같은데...

"다행이네요. 저랑 부딪치고, 넘어지시더니 죽은 듯 꼼짝을 안해서 얼마나 놀랐다구요."
"……."

하하 웃으며 말하는 폼이 영 아니올시다였다. 눈 앞의 남자에게 뼛속 깊은 불신감이 느껴졌다.
"병 주고 약 주시네요."

응? 이 말을 왜했지? 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찰나 웃음짓고 있던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
"쳇, 기.. 억 하시나요?"

뭐야? 뭐야? 그 안타깝다는 '쳇' 이라는 감탄사는?
괜히 알 수 없는 분노감에 남자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가던 길을 갔다.

"흐흥, 신기해.. 그나저나 발이 맵네."
정강이를 걷어차였으면 바닥을 구를법도 한데 마치 제 일이 아니라는 듯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여자의 뒤를 쫒는 남자.

"아가씨, 같이 가죠! 이것도 인연인데 전화번호라도..."
가던 길을 멈추고, 뒤 돌아 서더니 인상을 와작 구기며 성큼성큼 걸어가는 여자.

"아침밥이라도 먹고 나왔으면 하루가 행복했을것 만 같은데..."

고개를 휙 돌리자 휘파람을 불며 딴청을 피우는 남자.
"아직도 아침인데요? 지금 밥 먹으면 아침밥 아닌가?"

한 글자 제목 - 다행 幸

본격 4차원 미스테리 장르불명 소설!ㅋ주제가 다행인지 행복인지 이제 분간도 안 간다.
그냥 병신같은 주인공 두 명이 탄생!

하루에 하나 쓰는 것이 목표였는데...
미칠 듯이 피곤함에 쓰러졌다가 눈 뜨니 이미 12시가 넘은 것이 이틀 째.

5제-1은 끝났으니까 이제 좀 쉬엄쉬엄 해야지 ~_~


"소원이 있어."
어느 날 소녀가 말했다.

"뭐야?"
그 날 소년이 대답했다.

"내가 죽더라도 너 만큼은 울지 말아줘, 웃음으로 내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줘."
소년이 알겠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억겁의 시간을 거쳐 다시 만난 소년과 소녀의 이별은 단 한 순간이었다.

소년은 소녀와의 약속을 깰 수 없었기에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대신 소년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환한 웃음을 지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슬픔이 담긴 웃음을..

소녀가 간 길을 뒤따르고 싶지만, 그럴수가 없다.
소녀가 남기간 꿈은 내가 이어나가야 한다.
소년은 흐르지 않는 눈물을 훔치며 소녀의 장례식장을 떠나갔다.

 * * *

손을 하늘로 뻗어올린 청년이 웃음 띤 얼굴로 허공을 향해 말했다.
"난 말야, 우는 방법을 잊어버렸어. 이제 너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아."

'난 기억하고 있어. 너의 웃음을...'
청년의 눈이 놀란 듯 커졌다. 귓가에서 들려온 희미한 목소리.
귀를 잡으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바람이 살랑임과 동시에 다시 한번 소리가 들려온다.
'언제나 미안했어. 모두가 내 잘못이야. 억압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네 옆에 있어줄께.'

바스락-
"니야옹-

길게 자른 풀 사이로 하얀 고양이 한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청년의 무릎위에 올라 얼굴을 부비더니 이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하얀털에 손을 대고 쓰다듬어보았다.
"부드럽다."
고양이가 기분이 좋은듯한 울음소리를 냈다.

손에 느껴지는 따스함에 청년의 눈도 기분좋게 휘었다.

'웃었다.'
소녀가 방긋 웃었다.
한 글자 제목 5제 웃음 笑

슬픈 웃음, 진심이 담긴 웃음
달달한 이야기, 고양이가 나오는 평화로운 이야기, 평온함, 성장 등 등

패러디 소설이 아닌 오리지널 소설에서 내가 표현 할 수 있는 달달함의 정도는 어느정도일까..
궁금해서 최대한 밝게, 부드럽게- 적었지만 이 것은 불완전체!

이건 분명 오늘 나의 심리상태 때문이다!!

유난히 힘들었던 오늘.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이 걱정된다.
새삼 느끼는 '교육의 어려움'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자존심은 상하지 않게 상냥하게 대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설명을 잘 해 줄 수 있을까?

오랫동안 비어있던 옆 집이 분주했다.
그리 크지 않은 이사 트럭 뒤에는 간소한 짐들만이 있었다.
가장 오래된 기억 속에서도 이웃집은 어두웠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 그렇게 뇌리에 박혀있었다.

어떤 사람이 오는거지, 라는 생각에 창밖으로 고개를 빠끔 내밀었다.

"어?"
큰 소리도 아니었건만 목소리가 닿았는지 밑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인영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소화하기도 힘든 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사람이었다.
시선을 완전히 빼앗겨 버렸다. 무의식중에도 시선은 그를 따라가고 있다.
트럭이 떠나고, 남자가 집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서야 시선이 떨어졌다.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바람이 그제야 느껴졌다. 몸이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후아- 춥다. 코코아라도 타 먹어야지."
창문을 닫으며 생각해보니 굉장히 부끄러운 짓을 해버렸다.
의자에 놓인 담요로 몸을 칭칭 감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초인종소리가 들려왔다.

현관을 빼꼼 내다 보니 문을 연 엄마의 뒤로 낯익지만 낮선 얼굴이 보였다.
방긋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온다.
당황스러움에 내려왔던 계단으로 뛰어올라가버렸다.

두근 두근 두근-
들렸을까?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소리. 방문을 걸어 잠그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루야, 옆집에서 왔는데 나와보렴."
똑똑- 하는 노크소리와 함께 엄마의 목소리가 바로 앞 에서 들려왔다.
"으응, 자...잠깐만 기다려요!"

숨을 크게 내 쉬고 문을 열고 나가려는 찰나, 방 앞에 멀뚱하게 서있는 은빛 머리의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쾅-

뭐야? 뭐야? 방금 뭐야?
다시 한번 문을 열었다가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았다.
다시 문고리를 돌리는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조금 화가난 표정의 아이. 그제야 문전박대를 한 사실이 생각이 나버렸다.
"죄송합니다."

내 말에 아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얼굴에 의문을 띄우고 있던 그 때 모습이 보이지 않던 엄마가 쟁반에 과일이 담긴 접시와 쥬스가 담긴 컵을 들고 나타났다.

"어머? 왜 아직 안 들어가고 있었니? 우리 하루랑은 어떻게 알게 된 사이니? 밖에선 어때?"
쉴새없이 아이에게 질문을 퍼붓는 어머님.
아.. 어머니.. 왜 저에게 이련 시련을... 이 아니라 나랑 아는 사이라니? 언제부터?

고개를 휙 돌려 아이를 바라보자 내 눈을 피하며 대답을 회피하고 있었다.

"그럼 재밌게 놀다가렴."

아, 어머니. 어머니는 진정으로 하나밖에 없는 딸을 생전보는 처음 사람이랑 둘이 있으라고 하고 나가시는 건가요? 신이시여,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앞으로는 동생 간식 안 뺏아먹을께요. 그러니까 이제 이런 시련은 그만 둬 주세요.
엄마에 대한 원망은 어느새 하늘을 원망하는 것으로 그 방향을 달리하고 있었다.

"야."
반쯤 빠져있던 정신이 '야'라는 한 마디에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초면에 다짜고짜 반말이다.
"왜? 왜..요? 너 왜 반말이야..요."
사람을 위축되게 하는 데 뭐라도 있는지 눈 앞의 아이는 당당한 모습으로 날 내려다 봤다.

"너 나 알아? 왜 쳐다봤어?"
직구다. 처음으로 듣는 제대로 된 문장은 직설적으로 아까 내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닥달하고 있었다.

"……."
침묵으로 대답을 지켰다.

"내 이름은 세인이다. 잘 부탁해."
갑작스러운 상냥한 말에 고개를 들어 멍한 눈으로 세인을 바라봤다.

"그냥 처음 본 녀석이 날 뚫어져라 쳐다보길래 궁금해서 와봤어. 다른 건 없어. 그리고 이웃이랑 사이가 좋아져서 나쁠건 없으니까.."
"으, 으응."

얼빵한 대답에 세인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 * *

"야, 세인아."
게임에 집중하고 있던 세인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너 왜 이사 온 첫 날 우리집에 왔었잖아? 그런거 집으로 안 와도 나중에 물어봐도 됐잖아?"

"혼자 놀면 심심하잖아. 그나저나 이번엔 뭐 걸고 할래? 너 이제 걸 것도 없잖아?"

아..  그래 너 그런 녀셕이었죠. 다시 게임기를 잡으며 보스전을 시작하는 우리들.
한 글자 제목 - 이웃 隣

야호! 신난다! 예상과는 달리 하나 쓸 때마다 길이가 길어지는 것 같은 건 착각인가. 하하. 하하하..
이대로 가다간 단편을 넘어 중편까지 나올 기세?!

여기서 제대로 쓴 글은 몇 개 없긴 하지만, 주인공 이름을 언급한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래봐야 기존에 썼던 녀석들 이름 좀 빌려온 거긴 하지만... ^.^)
그러고 보니 나 1년 넘도록 연재중단하고 있는 글이 있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완전 까먹고 있었어. 그거 쓸 자료 모으느라 꽤 힘들었었는데......
머릿속에서는 하얗게 타버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음악소리가 광장에 울려퍼지고, 음악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우는 거리의 사람들.
은은한 바이올린 소리가 수 많은 인파로 부터 흘러나오는 소음을 잠재운다.
검은 재킷과 낡은 모자를 쓴 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바이올린을 켜는 손은 쉴새 없이 움직인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음악소리가 끊어지는 순간,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시끄러워지는 거리와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사람들은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청년은 느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꿈으로 가득 찬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기적.

긴 다리를 이용해 휘적휘적 걷는 음악가의 뒤를 쫒았다. 그 걸음 끝에는 낡은 서점이 있었다.

"어서오세요."
낡은 모자와 재킷을 벗은 음악가는 없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평화로운 공간.

"음악가는…."
서점 주인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당신도 그를 만났군요. 하지만 그는 이 곳에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해를 하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에 주인이 다시 말을 잇는다.
"당신이 만난 음악가는 허상, 당신이 잃어버린 꿈입니다."

맞아, 나의 꿈은 음악가였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음악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구나.

한 글자 제목 - 즐길 楽 노래 楽 (樂의 약자)

음, 이번 글도 짧긴 하지만 어느 정도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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